오늘은 하루가 끝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.
해야 할 일은 많지 않았는데
마음이 계속 어딘가에 걸려 있었다.
괜찮은 척 하루를 보냈지만
집에 돌아오는 길에는
조금만 더 힘이 빠지면 무너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.
그럴 때마다 나는
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기보다
몸을 먼저 달래는 쪽을 선택한다.
그래서 오늘도
차를 끓였다.
물 끓는 소리,
컵을 꺼내는 손의 움직임,
김이 천천히 올라오는
그 짧은 시간 동안
생각은 잠시 멈추고
감각만 남았다.
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을 때
비로소 숨이 한 박자 늦춰졌다.
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,
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었다.
차 한모금이
하루를 바꿔주지는 않았지만
오늘을 끝까지 데려다 주었다.
어떤 날의 위로는
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걸
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.
말 대신 온기 하나면
충분한 날도 있다는 것을.
오늘 나를 살린 건
따뜻한 차 한모금이었다.
— 디블랜딩
